리암 니슨 하면 보통 테이큰이 먼저 떠오르잖아요. 딸 납치당하고 전화기 들고 으르렁대는 그 이미지. 근데 이 사람 커리어를 처음부터 따라가 보면, 시작점이 좀 의외예요.
1981년에 나온 엑스칼리버(Excalibur)라는 영화인데, 아서왕 전설을 다룬 판타지 영화예요. 리암 니슨은 여기서 원탁의 기사 중 하나인 가웨인 역을 맡았거든요.
존 부어맨이라는 감독의 집념
이 영화를 만든 존 부어맨 감독은 원래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하고 싶었대요. 근데 그게 안 돼서 대신 아서왕 전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가 있어요. 토마스 맬러리의 원작 '아서의 죽음(Le Morte d'Arthur)'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, 아서왕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2시간 안에 압축한 거예요.
아일랜드에서 전부 촬영했고,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비주얼이었다고 해요. 갑옷이 번쩍번쩍하고, 숲은 안개가 자욱하고, 바그너랑 카르미나 부라나 같은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깔았거든요. 80년대 판타지 영화 특유의 과장된 느낌이 있는데, 그게 오히려 신화적인 분위기랑 잘 맞아요.
리암 니슨의 가웨인, 분량은 적지만
솔직히 리암 니슨의 비중이 엄청 크지는 않아요. 가웨인이라는 기사 역할인데, 극 중에서 마녀 모르가나한테 마법에 걸려서 왕비 기네비어를 배신자로 고발하는 장면이 핵심이에요.
찾아보니까 이때 리암 니슨은 카메라 앞에 서본 경험이 거의 없었대요.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다가 존 부어맨 감독 눈에 띄어서 캐스팅된 건데, 나중에 본인도 이 영화가 커리어의 출발점이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어요.
그리고 재밌는 건 이 영화 촬영장에서 헬렌 미렌을 만나서 연인 사이가 됐다는 거예요. 헬렌 미렌은 극 중에서 모르가나 역이었는데, 영화 속에서는 리암 니슨을 마법으로 조종하는 관계고 현실에서는 사귀었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죠.
출연진이 지금 보면 놀라운 수준
이 영화가 재밌는 게,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배우들이 나중에 다 대스타가 됐어요. 패트릭 스튜어트(스타트렉의 피카드 선장), 게이브리얼 번, 키어런 하인즈 같은 배우들이 다 여기 출연했거든요. IMDB 엑스칼리버 페이지에서 출연진을 보면 이름만으로도 좀 놀라워요.
잭 스나이더 감독이 자기 인생 영화로 엑스칼리버를 꼽기도 했대요. 영화와 신화의 완벽한 만남이라고 표현했다는데, 잭 스나이더 영화들의 과장된 비주얼이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좀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어요.
지금 봐도 괜찮을까
로튼 토마토 점수가 73%이고, 1981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약 3,490만 달러를 벌어서 그해 18위에 올랐어요. 흥행도 하고 평가도 나쁘지 않았던 영화예요.
다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연출이 좀 과하다 싶은 부분이 있고, 2시간 안에 아서왕 전설 전체를 우겨넣다 보니 전개가 급한 느낌도 있어요. 그래도 80년대 판타지 영화의 정수를 보고 싶다면, 그리고 리암 니슨의 젊은 시절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영화예요.
2026년 2월에는 Arrow에서 4K UHD 리마스터 에디션이 나오기도 했더라고요. 화질이 좋아진 버전으로 다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.
핵심만 추리면
✅ 1981년작 아서왕 판타지 영화로, 리암 니슨의 사실상 첫 주요 스크린 출연작이에요.
✅ 가웨인 역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, 이 영화를 계기로 본격적인 영화 커리어가 시작됐어요.
✅ 패트릭 스튜어트, 헬렌 미렌, 게이브리얼 번 등 지금은 대스타인 배우들이 무명 시절 함께 출연했어요.
테이큰 시리즈의 거친 액션 히어로를 먼저 알게 된 사람이라면,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는 20대 후반의 리암 니슨은 꽤 신선하게 느껴질 거예요. 같은 사람 맞나 싶을 수도 있는데, 눈빛에서 나오는 묘한 진지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.